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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와 1등 기업의 전략: 옹스트롬 시대를 준비하라 본문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와 1등 기업의 전략: 옹스트롬 시대를 준비하라
반도체는 모든 디지털 산업의 핵심입니다. 오늘날 반도체 기술은 나노(nm)를 넘어 옹스트롬(Å) 단위, 즉 0.1나노미터 수준의 초미세 공정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 수준의 세계에서,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초미세 공정이 왜 중요한가?
반도체 웨이퍼에는 수천 개의 칩이 들어가며, 내부 선로 간격은 불과 몇 나노미터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간격이 누설 전류(leakage current)라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전원이 꺼져도 전자가 흐르면서 불필요한 전력 소모와 발열이 발생합니다. 트랜지스터 크기가 작아질수록 이 현상은 더 심각해집니다.
과거에는 연산 중 소모되는 전력(액티브 파워)과 대기 상태 전력(패시브 파워)의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전력 효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돌파구는 ‘초저전압’과 ‘칩 쌓기’
전력을 줄이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구동 전압을 낮추는 것입니다. 전압을 절반으로 낮추면 전력은 1/4로 감소합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센터와 고성능 컴퓨팅의 전력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낮은 전압은 외부 잡음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어 신소재 연구가 병행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해결책은 ‘스케일링 다운’이 아닌 ‘스택킹 업(칩 쌓기)’입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나 3D 낸드플래시처럼 칩을 수직으로 쌓아 고용량, 고성능을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칩을 얇게 만들고, 쌓는 기술의 정교함이 관건입니다.
새로운 물리 법칙에 도전하는 연구들
초미세 공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게이트 전압 60mV의 법칙’입니다. 전류를 10배 늘리기 위해 최소 60mV의 전압이 필요하다는 물리학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 한계를 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페로일렉트릭(강유전체) 소재입니다. 고려대학교 신창환 교수팀은 페이즈 패시(Phase Pass) 기술을 개발해 10mV 전압만으로 전류를 증폭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60mV 한계를 돌파한 혁신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차원 소재와 반도체의 미래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는 5나노 이하에서는 성능 한계에 도달합니다. 이에 따라 몰리브덴 다이설파이드(MoS₂), 텅스텐셀 다이셀레나이드 등 원자 두께의 2차원 소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 소재는 전자 이동도가 높아 초미세 공정에서 유리합니다.
삼성전자, 일본 TEL, 벨기에 아이맥(IMEC) 등 주요 기업과 연구소는 2035년까지 0.3나노 공정을 위한 2차원 소재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반도체 1등 기업의 전략: 선택과 집중, 고객 맞춤형 솔루션
과거에는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유효했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SK하이닉스는 CIS 사업을 정리하고 HBM에 집중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제품을 먼저 제안하는 '메모리 파운드리' 방식이 핵심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도 HBF(High Bandwidth Flash), HDF(High Density Flash) 등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용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고성능·고대역폭을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론: 끊임없는 혁신만이 반도체 미래를 연다
반도체 산업은 물리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옹스트롬급 기술, 전력 효율 개선, 새로운 소재 도입, 이종 집적 기술과 고객 중심의 맞춤형 전략 등 복합적인 혁신이 요구됩니다.
누가 먼저 내일의 기술을 오늘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 싸움의 최전선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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