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주택정책의 비결은? 토지공유와 자가소유의 균형
주택문제로 고통받는 한국 사회에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말은 현실과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전체 국민의 약 90%가 자가주택에 거주하며, 그중 80%는 정부가 공급한 공공주택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1. 싱가포르 주택정책의 세 기둥
- 토지 국유화: 1966년 제정된 ‘토지수용법’을 통해 전체 국토의 90% 이상을 국가가 소유
- 주택개발청(HDB): 정부 주도로 공공주택을 건설·공급하는 핵심 기관
- 중앙연금기금(CPF): 국민의 연금을 주택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 시스템
이 세 축이 맞물리며 싱가포르는 1960년 12만 호 수준의 공공주택을 2020년 108만 호로 확대했고, 자가보유율은 1970년 29%에서 2022년 89.3%로 상승했습니다.
2.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구조
싱가포르의 공공주택은 대부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입니다. 건물만 소유하고 토지는 국가로부터 임대받는 방식으로, 토지임대료는 분양 시 건물가격에 일시불로 포함됩니다. 이로 인해 분양가는 시세의 약 55~60% 수준으로 낮게 책정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판매 주택의 가격은 상승하고, 시세차익의 대부분은 민간이 향유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를 조정하기 위해 양도차익에 차등 과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 시민이 평생 두 번까지 HDB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으나, 두 번째 주택은 정부에 환매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3.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의 시장구조
싱가포르 주택시장은 공공(80%)과 민간(20%)으로 나뉘며, 공공주택의 대부분은 자가소유형이고, 공공임대주택은 극히 일부(3%)에 불과합니다. 민간주택은 고소득층 및 외국인을 위한 시장이며 가격은 공공주택보다 4~5배 높습니다.
다주택을 제한하기 위해 취득세 중과 제도를 운영하고, 외국인·법인에는 더욱 높은 세율을 적용합니다.
4. 한국에 주는 시사점
싱가포르 모델은 인상적이지만, 한국과의 구조적 차이로 인해 단순 모방은 어렵습니다.
- 토지 공공소유 비중이 낮고,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도 미미함
- 정부가 재정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움
- 시장 반영 토지임대료는 고분양가 문제를 야기
따라서 "낮은 분양가 + 일시불 토지임대료 + 시세차익 인정" 구조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은?
싱가포르는 공급량 이상의 전략적 설계로 주택정책을 완성해왔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분양 기회를 주는 시스템, 토지의 공공소유, 연금과 주거의 결합 등은 우리에게도 참고할 만한 점입니다.
결론: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집은 국민이 살 수 있게 한다.” 이 철학 위에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이 설계되었습니다. 한국도 지금이야말로 토지소유 구조부터 다시 점검할 때입니다. 주거 정의의 핵심은 ‘누가 땅을 소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