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일상
상대평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본문
상대평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국 사회는 철저한 상대평가 사회입니다. 수능부터 내신, 대학 성적, 대학 순위까지 모든 것이 등수와 석차로 나뉘며, 사회적 인정을 위한 경쟁은 평생 지속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쟁이 철저히 ‘내부자’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데 있습니다. 상위권 학생, 명문대 진학자, 고소득 직장인, 강남 아파트 보유자…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끝없이 조명되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과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사회적 관심에서 배제됩니다.
‘6~25등’은 어디로 갔는가?
전체 학생의 60%를 차지하는 4등급 이하의 학생들은 입시 시스템과 교육 담론에서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서울대 몇 명 보냈냐’로 고등학교를 평가하고, 대치동과 수성구 학원가에는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지만, 지역 보습학원의 역할이나 중위권 학생들의 학습 역량에 대한 고민은 드뭅니다.
심지어 대학조차도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상위권 대학 중심의 구조개편에 몰두합니다. AI 시대에 살아갈 4등급 이하 학생들이 어떤 삶을 준비할 수 있을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에 대한 고민은 부재합니다.
노동시장도 ‘내부자 게임’
노동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플랫폼 노동자, 중소기업 청년, 특수고용직과 같은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들은 관심을 받는 듯하지만 여전히 ‘예외적 존재’로 다뤄집니다. 대학과 기업의 ‘주류 코스’를 밟지 못한 청년들의 삶은 설명되지 않으며, 서울에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불안만이 사회문제처럼 보도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경쟁에서 밀리느니 차라리 쉰다’고 말합니다. 탈락자에게 주어지는 건 고용불안, 불투명한 미래, 자존감의 상처뿐입니다.
서울 아파트 게임, 내부자들의 세상
최근 부동산 대출 규제를 두고 언론은 ‘고소득 흙수저’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1억 원을 벌면서도 부모 찬스를 쓰지 못해 강남 아파트를 못 사는 30대가 불쌍하다는 논조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을 왜곡합니다.
강남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20억 원 수준이며, LTV 50%를 적용하면 10억 원은 자기자본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대출 원리금만 월 450만 원 이상입니다. 과연 몇 명의 30~40대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 와중에 서울 원룸, 지방 빌라에 사는 수많은 청년과 무주택자는 철저히 외면당합니다. 이들은 여전히 비아파트 주거지에서 분투하며 생존을 걱정하는데, 공적 담론은 ‘강남 아파트를 못 사 억울한 이들’의 불만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염치’ 없는 불만, 왜 문제가 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와 자산 형성은 권리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목소리의 편중입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내부자들의 불만이 과도하게 조명되면서, 평범하거나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문제는 논의에서 배제됩니다.
상대평가 사회는 사람들을 ‘내부자’와 ‘외부자’로 나누고, 내부자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말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이 정도면 살 만하다”는 기준도 왜곡됩니다.
이제는 중심을 바꿔야 할 때
지금 필요한 건 ‘상위 10%’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학 입시에서 4등급 이하 학생들, 지방 청년 노동자, 비아파트 거주자, 저소득 무주택자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입니다. 이들의 삶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이제 상대평가 외부자들이 겪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대안적 미래가 사회적 중심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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