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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은 자산재평가이지, 도심 주택공급이 아니다 본문
재건축은 자산재평가이지, 도심 주택공급이 아니다
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과 재개발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모조 시장주의자’들은 마치 재건축이 주택공급의 만능열쇠인 것처럼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담론에 대해 솔직해져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도심 내 주택공급을 재건축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왔습니다. 왜냐하면, 재건축은 '공급'이 아니라 '자산재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공급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실체를 직시해야 합니다.
1/10만 신규공급? 재건축의 실상
대표적 사례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보겠습니다. 반포의 원베일리나 메이플자이 재건축을 보면, 일반공급 물량은 전체의 1/10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9/10은 기존 주택 보유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 1/10조차 마치 ‘십일조’처럼 사회에 베푸는 것처럼 포장되지만, 실상은 기존 소유자들이 자신의 자산 가치를 대폭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말 그대로 재건축은 ‘공급’이 아닌 ‘자산재평가’에 불과합니다.
재건축의 인센티브 구조가 만드는 사회적 요동
물론 “재건축을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보유자가 자산을 재평가하고자 한다면 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도시 전체의 주거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재건축이 자산가치 상승의 도구로만 작동하면, 주기는 더 짧아지고, 건물은 장수명화되지 못합니다. 대신 반복적인 이주수요, 전세시장 불안, 임대보증금 폭등 등의 사회적 비용만 초래합니다.
한국 부동산 산업은 건설사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멸실 후 재건축이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주요 도시들을 보면 이런 전근대적 방식은 드뭅니다. 환경적으로도 해롭고, 임차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재건축을 공급정책으로 보는 착각
더 큰 문제는 정부와 공공까지 이런 민간의 자산재평가 흐름에 “우리도 함께 껴보자”는 자세로 끼어드는 일입니다. “임대도 같이 좀 짓자”는 식의 자세로는 도심 주택공급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이런 방식의 민간 자산재평가 흐름은 일정 부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장의 논리대로 놔두면 도심 내 주거안정은 요원해집니다.
도심 주택공급,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도심 내 주택공급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서울에는 약 400만 호, 경기도에는 500만 호의 주택이 존재합니다. 이 중 비(非)아파트 주택은 약 400만 호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공급정책은 대부분 아파트 위주였습니다. 이제는 이 비아파트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주거유형이 필요합니다.
해법은 단순히 주택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주체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미래 주거의 핵심은 1~2인 가구를 위한 장기 거주형 코리빙(co-living) 주택입니다. 이들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아파트 전세 시장에 대한 압력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과 2024년 전세대란의 이면을 보면, 비아파트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서울 외곽의 1분위 아파트로 몰리면서 전세가를 끌어올렸고, 이는 다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유형의 장기거주형 주택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정부에 기대하는 공급정책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어떤 방향일지는 알 수 없지만, 제발 재건축/재개발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괴설’은 벗어나길 바랍니다.
서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단순히 “재건축이 더디기 때문”이라거나 “초과이익환수제가 문제”라는 붇까페식 논리로 설명하는 시대는 끝나야 합니다. 재건축은 어디까지나 자산재평가이지, 진짜 도심 주택공급은 아닙니다.
국토부는 이제 재건축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와 진짜 공급정책에 집중해야 합니다. 숫자로 보여주고, 실제 주거안정을 만들어내는 공급. 그것이 지금 필요한 부동산 정책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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