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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싱크홀, 땅 아래 도사린 부실 개발의 경고

2025지속가능네트워크 2025. 5. 1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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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땅 아래 도사린 부실 개발의 경고

발밑 정의가 빠진 도시는 언제든 무너진다

 

1. “잠깐 움푹 패였을 뿐”이라는 착각이 만든 참사

3월 24일 저녁,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사거리는 폭 20 m‧깊이 20 m의 검은 구멍으로 변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대로 추락했고, 현장은 두 달 전부터 균열과 쇠봉 파손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싱크홀을 모래로 덮었을 뿐, 근본 조치는 없었다.

4월 11일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선 왕복 6차선이 갈라지듯 꺼졌다. 전날 방음벽이 기울었고, 파쇄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이어 4월 13일 부산 사상 하단선 공사장 인근에서도 전신주가 ‘쑥’ 빨려 들어갔다. 두 해 동안 같은 노선에서만 15건―한 달에 한 번꼴―로 싱크홀이 뚫렸다.

2. 대형 싱크홀의 구조적 원인 ― 지하 굴착과 단층 파쇄대

국가재난 DB(2015-2024)에 등록된 1,423건 중 54 %는 노후 상·하수도 파열 때문이었다. 그러나 깊이 5 m 이상 인명피해 사고 37건을 재분류하면 43 %가 지하 굴착 부실이었다.

명일·광명·부산 세 현장은 산자락 단층 파쇄대 위에서 터널 공사가 진행됐다. 파쇄대는 암석이 점토처럼 부서진 곳이라 지하수를 막지만, 토사를 파내면 물막이가 터져 ‘지하 블랙홀’이 된다.

  • 굴착 : 토사 제거로 지반 압력 급변
  • 연약 지반 : 파쇄대가 가득한 취약층
  • 지하수 변화 : 막힌 물길이 터져 세굴 가속

3. 780억 원짜리 지도와 2 m짜리 레이더 ― 정책 구멍

2014년 잠실 사고 이후 국토부가 780억 원을 투입한 “3차원 지하 공간 통합 지도”엔 상·하수도관만 있다. 싱크홀 이력‧연약 지반 데이터는 공백이다. 서울시의 “집안치마 안전지도”도 부동산 가격 충격을 우려해 비공개 상태다.

또 다른 대책인 GPR(지표투과 레이더)은 평균 조사 깊이 2 m 남짓이라 깊이 10 m 넘는 대형 싱크홀을 가늠하기 어렵다. “780억 지도 + 2 m 레이더”가 국민 안전을 맡고 있는 셈이다.

5. 발밑 안전을 지키는 네 가지 해법

  • 위험 정보 전면 공개 – 단층·침하 데이터를 실시간 오픈
  • 사전·중간·사후 굴착 감리 의무화 – AI 변위 센서·심부 GPR·지하수 압력 모니터링 3종세트 법제화
  • 지반안전기금 신설 – 대심도 개발 이익의 10 % 이상을 적립
  • ‘싱크홀 거버넌스’ 구축 – 시민·전문가·행정이 통합 관리, 지방선거마다 이행도 평가
싱가포르·런던 등 해외 도시는 위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사고를 줄이고 있다. 우리도 ‘국민 참여 지반 안전 플랫폼’이 절실하다.

6. 결론 ― ‘발밑 정의’가 도시의 미래다

싱크홀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전조 무시, 정보 비공개, 개발 이익 편중이 만든 구조적 재난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기본권이며, 지반 정보는 통제 대상이 아니라 공동 자산이다. 구멍을 메우는 것은 콘크리트와 흙이지만, 구멍을 예방하는 것은 시민적 연대와 정책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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