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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권 중고책 서점, 책이 숨 쉬는 거대한 숲

2025지속가능네트워크 2025. 7. 2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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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권 중고책 서점, 책이 숨 쉬는 거대한 숲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쌓아 올린 결과물은 얼마나 거대할까? 광주·전남 외곽, 500평 규모의 건물 안에 100만 권이 빼곡히 꽂혀 있고, 창고와 마당 곳곳에 50만 권이 더 기다리고 있다. 150만 권. 숫자로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종이 특유의 향과 색이 파도처럼 몰려온다. 이곳의 주인은 13년째 ‘중고책 순환’이라는 조용한 사명을 이어가고 있는 ○○ 서점의 사장님이다.

폐업 서점의 ‘아픔’을 품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거대한 재고를 노린 것은 아니다. 아동 교재를 만들던 출판업이 디지털 전환에 밀려 한계에 부딪히자, 남은 재고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재고 좀 처리해 달라”는 동네 서점의 전화가 이어졌고, 마침내 폐업한 서점 전체 물량까지 맡게 되었다. 경기가 얼어붙던 어느 해, 일주일 새 세 곳에서 10만 권이 한꺼번에 들어오던 날도 있었다. 광주에만 450곳 넘게 있던 동네 책방이 이제 20여 곳으로 줄어든 현실은 씁쓸하지만, 사장님은 “책의 두 번째 삶”을 위해 호흡을 멈추지 않는다.

끝없이 밀려드는 책, 재고 관리의 기술

대량 확보만큼 중요한 건 중복 관리다. 입고 목록을 등록한 뒤 같은 책이 다섯 줄 이상 겹치면 기부하거나 파주 창고로 보낸다. 남은 책은 장르·출판사·상태별로 다시 분류된다. 책장 하나가 300~400권을 품고, 그런 책장이 1 400평 창고를 가득 메운다. 더러워진 책은 재단기로 가장자리를 살짝 잘라내거나 사포로 황변을 벗겨낸다. 제본이 터진 책은 본드를 먹여 다시 살린다. 사장님은 “중고라도 ‘새 책 받는 기분’이 들게 하는 게 목표”라며 웃는다.

숨겨진 보물, 희귀 도서 코너

매장 한쪽에는 일반 고객 눈에 잘 띄지 않는 **‘금서(金書) 구역’**이 있다. 초판·절판본·서명본 같은 희귀서는 권당 1만~1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만화 마니아가 초판 띠지를 찾으면 전국 네트워크를 수소문해 구해 주고, 고서 애호가가 고색창연한 『조선상고사』를 원하면 경매장을 뒤져 얻어 온다. “책값은 희소성보다 ‘누가 얼마나 간절한가’에 달려 있다”는 게 사장님의 지론이다.

안전 관리, ‘종이숲’의 필수 과제

책은 불과 습기에 약하다. 서점은 메인 차단기로 전기를 일괄 관리하고, 무인 시간엔 화기 사용을 금지한다. 각 구역마다 분말 소화기를 비치했지만 보험조차 쉽지 않은 규모라 항상 긴장 상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순찰하며 스위치를 확인한다”는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온라인이 열어 준 또 한 번의 생명

판매의 80 % 이상은 온라인 위탁 시스템이 맡는다. 알라딘·예스24·교보문고·중고나라 등에 등록하면 주문당일 바로 포장해 택배를 붙인다. 현장 방문객에게는 더 깨끗한 책을 먼저 보여 주지만, 사실상 모든 과정은 온라인 기반이다. 덕분에 제주부터 강원까지, 서점 문턱을 밟지 못한 독자도 두 번째 책의 설렘을 맛본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생존 전략

폐업 서점이 늘수록 유입 물량은 커지고 단가 경쟁은 치열해진다. 사장님은 세 가지로 대응한다. ① 빠른 회전율: 매일 2 000~3 000권을 신규 등록해 검색 상위에 노출. ② 니치 마켓 공략: 절판 학습서·초판 만화 등 세대별 추억 카테고리 운영. ③ 공익 연계: 다섯 줄 이상 중복 도서는 작은도서관·군부대에 기부한다.

종이 한 장에 깃든 ‘리사이클’ 정신

150만 권을 폐기할 경우 발생할 탄소배출량은 약 350톤. 서점의 재유통 시스템은 이 배출을 고스란히 감축한다. 복원 과정에서 잘려 나간 종이는 제지 공장으로 보내져 재생용지로 다시 태어난다. ‘지속가능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포질·포장재 재활용 같은 손끝의 습관에서 완성된다.

독자가 만든 작은 기적들

얼마 전 절판 전공서를 찾던 대학생 A씨가, 책 속에서 1999년 작가 친필 메모를 발견했다. 사장님은 가격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책이 주인을 찾았다”며 원래 가격 3 000원에 넘겼다. 이 사연은 서점 블로그에서 수천 번 공유되며 ‘중고책의 낭만’을 소환했다.

가족이 함께 짊어진 ‘지식의 무게’

사장님 부부와 군 제대한 아들이 함께 일한다. 폐업 서점으로 내려가 수만 권을 정리하려면 며칠씩 합숙해야 한다. “책방 문을 닫으며 눈물짓는 사장님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던 그는, 그래서 더더욱 ‘책 순환’의 가치를 믿는다.

다음 10년을 향한 계획

목표는 단순하다. ‘150만’이 ‘무한대(∞)’가 되는 길 찾기. 자체 DB는 ISBN·저자·상태등급·복원이력·향기(!)까지 기록한다. 장기적으로 AI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해 희귀서와 독자를 실시간 매칭하고, 광주·전남 폐업 서점과 ‘공동 물류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곳은 창고가 아니라 ‘순환하는 도서관’입니다.”

사장님은 오늘도 먼지를 털어내며 새 주인을 기다리는 책에게 속삭인다. “다음 이야기를 들려줄 차례야.”

당신의 ‘다음 책’을 찾고 있다면

○○ 서점은 월토 10:0019:00 운영한다. 시간이 없다면 ‘알라딘 ○○서점’ 계정에서 실시간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하면 된다. 혹시 오래전 잃어버린 만화책 한 권, 초등 시절 독서대회에서 받은 그 동화를 찾고 있다면 주저 말고 연락해 보자. 150만 권의 숲 어딘가에 당신의 과거와 미래가 나란히 꽂혀 있을지도 모른다.

문의
· 전화: 061-XXX-XXXX
· 블로그: blog.naver.com/○○usedbooks
· 주소: 전남 ○○시 ○○로 123‑45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그리운 날, 이 서점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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