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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경쟁과 복지국가의 불안한 미래: 시민의 기본을 보장하는 길은 어디에? 본문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감세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집권 이후 일관되게 부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이로 인해 2023년 약 23조 원, 2024년에는 약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감세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을 유도한다는 '낙수효과' 논리를 앞세우지만, 현실적으로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점은 한때 ‘복지국가 정당’을 자임했던 더불어민주당마저 감세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비롯해 상속세 및 근로소득세 감세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 성장과 실용주의를 내세운 것이지만, 감세가 성장의 필수 조건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부족합니다. 정부여당의 세수 결손을 비판하던 야당이 별다른 대안 없이 감세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의아한 부분입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과 복지제도의 한계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험료)은 GDP 대비 28.9%로 OECD 평균(33.9%)보다 5%포인트 낮습니다. 2014년(23.4%)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10%포인트 이상 증가했지만, 여전히 주요 복지국가들과 격차가 큽니다. 독일(38.1%), 오스트리아(42.7%), 프랑스(43.8%), 스웨덴(41.4%) 등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보다 10~15%포인트 높은 국민부담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곧 복지제도의 수준 차이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여전히 ‘저부담 저복지’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구 복지국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빈곤, 불평등,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조세와 재분배 정책을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반면 한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돌려왔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 재정 확대의 필요성이 낮아졌고, 공적 복지가 부족함에도 불만이 크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민들은 낮은 세금 부담과 사적 자산 축적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습니다.
감세와 재분배: 선택의 차이가 만드는 사회적 영향
조세와 재분배 정책이 공적 제도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반면, 감세 정책은 각자도생을 조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조세와 재분배 정책은 시장소득이 낮은 계층에 유리한 반면, 감세는 시장소득이 높은 계층에 더 큰 혜택을 줍니다. 세율이 낮아질수록 고소득층은 더 많은 절세 혜택을 받고, 자산 축적에도 유리한 구조가 형성됩니다.
또한, 조세와 재분배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정책 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 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감세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기에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가시성이 낮고,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감세 중심의 국가 운영은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현재까지 감세 중심의 경제 운영을 지속하며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미뤄왔습니다. 그 결과 복지제도의 재분배 효과는 선진국 대비 낮고, 개인과 가족이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야당마저 감세 기조를 수용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방향 전환과 기본소득 논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기본소득보다 ‘기본사회’를 강조하며 정책 목표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정책 목표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감세 정책이 시민들의 삶의 ‘기본’을 보장하는 데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감세는 경제성장에 기여하는지 여부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국가 재정의 축소로 인해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감세를 넘어 증세와 복지국가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산업화 시대의 감세 전략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인 증세와 공적 재정 활용을 통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적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OECD 주요 복지국가들이 높은 국민부담률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것은 증세와 재분배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감세 정책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공공투자와 복지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사회적 연대를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결론: 복지국가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감세 기조는 예견된 것이었지만, 민주당까지 감세 경쟁에 뛰어든 현재의 상황은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저부담 저복지’ 체제를 유지하는 동안 불평등과 불안정이 심화되어 왔고, 이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조세와 재분배는 단순히 국가 재정을 늘리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감세가 아닌 적극적인 조세 정책과 재정 확대를 통해 시민 삶의 ‘기본’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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